투사적 동일시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는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이 소개하고 정신분석 심리치료(psychoanalytic psychotherapy)에서 널리 사용하는 용어이다. 투사적 동일시는 방어기제 유형, 소통 방식, 원초적 대인 관계, 심리 변화로 향하는 경로로 사용할 수 있다.[1] 이는 자기에게서 원하지 않는 부분을 제거하거나 타인의 몸과 마음을 통제하는데 사용된다.[2]
미국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 의하면, 투사적 동일시의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투사적 동일시는 개인이 자기가 수용할 수 없는 특성을 타인에게 투사(project)하고, 그 타인은 투사된 특질을 내사(introject)하며 그것들을 통하여 자기가 적절하고 정당한 성격이 부여된다고 믿는 방어기제이다.
- 멜라니 클라인의 대상 관계 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에서 투사적 동일시는 부인하는 부분을 해하거나 막기 위하여, 자신의 에고(ego) 중 그런 부분이 분열되고 대상에게 투사되었다고 공상하는 방어기제이다.[3] 부모와 아이, 연인, 치료사와 환자 등 가까운 관계에서, 자기(self)의 일부분은 무의식적 공상(unconscious Fantasy) 속에서 타인에게 강제로 주입될 수 있다.[4]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심리적 투사(psychological projection) 개념에 기반하였지만,[5] 투사적 동일시는 한발짝 더 나간 것이다. R.D. 라잉(R.D. Laing)의 말처럼, "한 사람은 타인을 단순히 투사를 걸기 위한 갈고리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바로 그 투사의 화신(化身)을 타인에게서 찾거나, 타인이 그 화신이 되도록 유도하는데 노력한다.(The one person does not use the other merely as a hook to hang projections on. He/she strives to find in the other, or to induce the other to become, the very embodiment of projection)"라고 할 수 있다.[6] 의식적으로는 접촉할 수 없는 느낌은 투사되는 사고나 느낌을 자극하기 위하여 방어기제로서 타인에게 투사된다.[7]
경험
[편집]애써 받아들이고 의식하는 의식적인 마음(conscious mind)이라는 어려운 개념[8]은 그것의 원초적인 본질상 의식적인 마음의 작동이나 해석은 과학보다는 마술이나 미술에 가깝기는 하지만,[9] 그럼에도 투사적 동일시는 대인관계 의사소통(interpersonal communication)의 강력한 도구이다.
투사를 받는 당사자는 타인의 공상에 사로잡히고 조종되기 때문에, 정체성(identity)과 통찰(insight)의 상실이라는 고통을 받게 된다.[10] 예를 들어 한 치료사가 설명하는 것은, 어떻게 "내가 자신에게 내면화된 엄마를 점진적으로 추방하는 것을 느끼는지에 관한 것이다. 바뀐 내 목소리 억양은 [내면화된 엄마와] 확연히 다른 원형적 엄마(Ur-mutter) 목소리 특성과 함께 더 높아졌다.(I felt the progressive extrusion of his internalized mother into me, not as a theoretical construct but in actual experience. The intonation of my voice altered became higher with the distinctly Ur-mutter quality.)"[11] 그러나 만약 사람이 투사를 간신히 수용하고 이해한다면, 투사자(projector)에 대한 통찰을 많이 얻을 것이다.
투사적 동일시는 누군가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지닌 사람이 바로 그 누군가에게 바로 그 투사를 수행하게끔 영향을 끼치거나 강요하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사적 동일시는 단순한 투사와는 다르다.[12] 극단적인 경우, 투사를 받는 사람은 참자기(real self)의 감각을 잃어버리고, 외부에서 들어온 투사를, 마치 그 투사에 소유당한 것처럼,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다.[13] 이러한 현상을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 한다.[14]
투사된 대상
[편집]투사적 동일시에서 방출된 대상(object)(느낌, 태도)은 다양하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이상적인 것과 비체(卑體, abjection) 등이 있다.
희망(Hope)은 내담자와 치료사가 더 이상 느낄 수 없을 때, 내담자가 치료사에게 투사할 수 있다.[15] 마찬가지로 (정신상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투사될 수도 있다.[16]
공격성(Aggression)이 투사되어, 투사자의 성격이 위축되게 하기도 한다.[17] 대안으로 욕망(desire)이 투사되어, 투사자가 무성애(asexual) 상태가 되기도 한다.[18]
성격의 좋은 부분 혹은 이상적인 부문도 투사되어, 동일시 대상에 대한 의존을 불러오기도 한다.[19] 마찬가지로, 질투(jealousy)나 선망(envy)을 치료사가 내담자에게 투사할 수 있다.[20]
강도
[편집]투사적 동일시는 강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21] 동요가 덜한 성격에서, 투사적 동일시는 느낌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느낌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방식이다.[22] 자기애성향(narcissism)에서, 극도로 강한 투사가 발생하여 자기와 타자의 구분을 없앨 수도 있다.[23]
유형
[편집]투사적 동일시의 여러 유형은 수년 동안 구분되어 왔다.
- 획득적 투사적 동일시(Acquisitive projective identification) :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속성(attribute)을 떠맡는다. 이와 반대로, 속성적 투사적 동일시(attributive projective identification)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투사가 되게 유도하는 것이다.[24]
- 투사적 역동일시(Projective counter-identification) : 환자가 투사한 느낌과 역할을 치료사가 자신도 모르게 떠맡게 되어, 치료사와 환자는 치료 상황에서 이러한 역할을 동일시하거나 부지불식간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25]
- 이중 투사적 동일시(Dual projective identification) : 조앤 라쉬카(Joan Lachkar)가 소개한 개념이다. 주로 관계 속 파트너 간에 투사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양쪽 모두 투사를 부정하지만 모두 이런 투사에 동일시된다.[26]
정상적 투사적 동일시(normal projective identification)와 병리적 투사적 동일시(pathological projective identification)도 구분되어 왔다. 이는 투사가 발생하기 전에 투사되는 것이 자잘한 조각들로 흩어지는 것이다.[27]
심리치료
[편집]전이(transference)와 역전이(countertransference)에 관하여, 투사적 동일시는 치료적 이해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특히 치료사가 오랜 시간 환자의 자기(self) 가운데 원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측면을 견디고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러하다.[28]
교류분석이론(Transactional analysis)에서는 내담자의 투사적 동일시 경험을 유용하게 이해한다면 치료사는 오염되지 않은 "어른(Adult)" 즉 객관적인 현실 평가를 하는 것을 지향하는 자아 상태(ego state)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29]
한 연구에서는 상담사가 내담자의 투사적 동일시에 동일시하고 이를 임상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제시하였다. 또한 전이, 역전이, 투시적 동일시라는 세 관련 현상은 치료 도구로서 치료사의 성공적인 자기(the self) 적용의 기반으로 다뤄진다. 이는 치료 타이밍의 유의미성을 강조하는 삼단계 치료 절차(three-phase therapy procedure)이다.[30] 단계는 내담자가 나누고, 치료사는 점진적으로 나뉜 것을 획득하며 치료사는 이를 동일시한다. 또한 치료사는 투사적 동일시 탐색, 환자에게 이해했다는 것 제시,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삼단계 절차를 사용하고, 그 절차에 따라 개입하는 식으로 치료를 수행한다.[30](p. 70)
상처 받은 커플
[편집]관계상의 문제는 한 파트너가 다른 파트너가 투사한 부분을 그대로 수용하는 식의 투사적 동일시라는 방식을 통하여 커플 내에서의 감정 노동(emotional labour)의 분담이 있을 수 있다는 방식과 관련지어져 왔다.[31] 따라서 한 파트너가 그 관계에서 모든 공격성이나 유능함을 수용하면, 다른 파트너는 모든 취약성을 수용한다.[32]
융학파(Jungians)는 이러한 합성 역동(resultant dynamics)을 이른바 "상처 받은 커플(wounded couple)"이라고 특성 지었다. 이는 각자가 상대방의 가장 이상적이거나 원초적인 부분을 수용하는 것으로 보증하는 투사적 동일시이다.[33] 애초에 두 파트너는 각자가 상대의 자기(self)의 일부분을 수용하는 준비 상태로 지목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적 갈등이나 불화가 투사되면 파트너십 자체에서 내적 갈등이나 불화가 되풀이될 수 있다.[34]
반응
[편집]이러한 투사적 동일시의 의식적 저항[35]은 한편으로는 투사의 활성화를 거부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만들 것이며,[36] 다른 한편으로는 투사를 좌절시킨 것에 대한 격노를 낳을 것이다.[37]
같이 보기
[편집]- 가스라이팅(Gaslighting)
-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
- 공의존(Codependency)
- 기이한 대상(Bizarre object)
- 길트 트립(Guilt trip)
- 내사(Introjection)
- 동일시(Identification)
- 역할 흡수(Role suction)
-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 전이(Transference)
- 투사(Psychological projection)
- 혼자일 수 있는 능력
인물
[편집]더 읽기
[편집]- R. D. Hinshelwood, A Dictionary of Kleinian Thought (London 1989)
- E. B. Spillius, Melanie Klein Today, 2 vols. (London 1988)
- Michael Rustin, The Good Society and the Inner World (1990)
- Nancy McWilliams, Psychoanalytic Diagnosis (New York 1994)
각주
[편집]- ↑ Quoted in Jan Grant and Jim Crawley, Transference and Projection(Buckingham 2002), p. 31
- ↑ Patrick Casement, On Learning from the Patient (1985) p. 100n
-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Dictionary of Psychology.
- ↑ Patrick Casement, Further Learning from the Patient (London 1990) p. 177
- ↑ Projective identification
- ↑ R. D. Laing, Self and Others (Penguin 1969) p. 111
- ↑ Michael Jacobs, Psychodynamic Counselling in Action (London 2006), p. 109
- ↑ Priscilla Roth, 'Projective Identification', in S. Budd/R.Rusbridger eds., Introducing Psychoanalysis (2005) p. 200
- ↑ Patrick Casement, Further Learning from the Patient (London 1990) p. 8
- ↑ R. D. Laing, Self and Others (Penguin 1969) p. 37
- ↑ David Cooper, The Death of the Family (Penguin 1974) p. 113–4
- ↑ Polly Young-Eisendrath and Terence Dawson, The Cambridge Companion to Jung (Cambridge 1977) p. 227
- ↑ T. Pitt-Aikens/A. T. Ellis, Loss of the Good Authority (London 1989) p. 120 and p. 133
- ↑ Dorpat, Theo. L. (1994). “On the double whammy and gaslighting”. 《Psychoanalysis & Psychotherapy》 11 (1): 91–96. INIST:4017777.
- ↑ Patrick Casement, Further Learning from the Patient (London 1990) p. 121-2
- ↑ Michael Parsons, The Dove that Returns, the Dove that Vanishes (2000) p. 166
- ↑ R. Appignanesi ed., Introducing Melanie Klein (2006) p. 127
- ↑ Patrick Casement, Further Learning from the Patient (London 1990) p. 69–73
- ↑ Rosalind Minsky, Psychoanalysis and Gender (1998) p. 86-7
- ↑ Neville Symington, Narcissism: A New Theory (1993) p. 11–2
- ↑ Hinshelwood, Robert D. “Projective Identification”. 2022년 3월 29일에 확인함.
- ↑ Casement, Patrick (1990). 《Further Learning from the Patient》. London. 98–9쪽.
- ↑ Segal, Hanna (1979). 《Klein》. 116–9쪽.
- ↑ John Rowan and Michael Jacobs, The Therapist's Use of Self (Buckingham 2002) p. 42
- ↑ Grinberg L (1962) On a specific aspect of countertransference due to the patient's projective identification (In Classics of Psychoanalytical Technique)
- ↑ The Narcissistic/Borderline Couple: A Psychoanalytic Perspective on Marital Treatment (1st ed.). New York: Brunner/Mazel, 1992. ISBN 0-87630-634-2
- ↑ Hanna Segal,Introduction to the work of Melanie Klein (London 1964), p. 42-3
- ↑ Harold Stewart, Psychic Experience and Problems of Technique (London 1992), p. 134
- ↑ Petruska Clarkson, On Psychotherapy (London 1993), p. 180 and p. 184
- ↑ 가 나 Miller, Robert C. (1990년 3월 1일). “Projective identification and the therapist's use of self” (영어). 《Journal of Contemporary Psychotherapy》 20 (1): 63–73. doi:10.1007/BF00946020. ISSN 1573-3564.
- ↑ Adam Phillips, On Flirtation (London 1994), p. 5
- ↑ R. Skynner/J. Cleese, Families and how to survive them (1993) p. 47–54
- ↑ Polly Young-Eisendrath and Terence Dawson eds., The Cambridge Companion to Jung (Cambridge 1997) p. 237
- ↑ Polly Young-Eisendrath and Terence Dawson eds., The Cambridge Companion to Jung (Cambridge 1997) p. 227
- ↑ Polly Young-Eisendrath and Terence Dawson eds., The Cambridge Companion to Jung (Cambridge 1997) p. 227
- ↑ R. D. Laing, Self and Others (Penguin 1969) p. 111
- ↑ Neville Symington, Narcissism: A New Theory (London 1993) p.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