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
| 채무불이행 (신용불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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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무불이행(債務不履行)은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이나 신용카드 대금 등을 약속된 기간 내에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상태에 빠진 사람을 법률 및 금융 용어로는 채무불이행자라고 칭한다.
본래 이 용어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신용불량자라는 이름으로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졌으나, 2005년 4월 28일부로 신용불량자 등록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되면서 법률 용어가 채무불이행자로 변경되었다.[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는 여전히 신용불량이라는 용어가 더 통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는 기준은 5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하는 경우이다.[3] 이 기준을 충족하면 해당 정보가 전국은행연합회 및 신용정보원에 등록되어 모든 금융기관에 공유되며, 이는 개인의 신용점수에 치명적인 하락을 가져와 사실상 모든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중단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역사적 배경
[편집]대한민국 사회에서 신용불량 문제가 거대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크게 두 차례의 경제 위기를 통해서였다.
첫 번째는 1997년 외환 위기로, 대규모 기업 도산과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발생한 1세대 신용불량자들이다. 이들은 주로 생계유지를 위해 빚을 졌다가 상환 능력을 상실한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는 불과 몇 년 뒤에 터진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이다. 당시 정부는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4] 이에 카드사들은 길거리 카드 발급으로 상징되는 무분별한 발급 경쟁을 벌였고, 상환 능력이 없는 청년이나 주부에게까지 신용카드가 남발되었다. 결국 돌려막기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2003년 말 신용불량자의 수가 400만 명에 육박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번졌다.[5][6] 이 사태는 극심한 내수 소비 침체를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7], 금융권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거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른 후에야 신용회복위원회가 설립되는(2002년 법제화) 등 채무자 구제 제도가 본격적으로 마련되기 시작했다.
개인의 채무불이행
[편집]개인의 채무불이행은 실직, 폐업, 사업 실패, 혹은 과도한 의료비 부담과 같은 비자발적 요인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과소비나 무리한 투자, 도박 등의 자발적 요인, 혹은 지인 보증과 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2023년 말 기준, 국내 금융 채무불이행자는 약 8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었다.[8]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면 개인은 금융생활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활동 전반에 걸쳐 심각하고 즉각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
가장 먼저 모든 신용 기반의 금융 거래가 사실상 동결된다. 신규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할부 구매는 물론 마이너스 통장 개설도 불가능해지며, 기존에 사용하던 신용카드마저 즉시 정지된다.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 거부되고 즉시 상환을 요구받을 수도 있으며, 신용점수는 최하 등급으로 추락한다.
문제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법적 조치로 이어진다. 채권자는 채권 회수를 위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승소 판결을 받으면 강제집행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채무자의 최저생계비를 초과하는 급여나 은행 예금이 압류될 수 있으며, 주택, 자동차와 같은 부동산 및 유체동산도 압류되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은 비금융 부문과 사회생활 전반으로 확산된다. 일부 금융기관이나 공기업 등은 채용 시 신용 상태를 조회하며, 이 기록이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 단말기의 할부 구매가 불가능해지고 통신비 연체 시 선불폰 외의 개통이 제한되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이 기록을 삭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채무를 전액 상환하는 것이다. 상환이 완료되면 채무불이행 정보는 은행연합회에서 즉시 해제되지만, 신용점수가 바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용평가사는 해당 연체 이력 기록을 최장 5년간 보존하며 신용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9] 따라서 신용 회복에는 꾸준한 금융 거래 이력을 다시 쌓아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개인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구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워크아웃은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이자 감면이나 상환 기간 연장을 지원하는 사적 조정 제도이다. 반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은 법원을 통해 진행되는 공적 구제 제도이다. 개인회생은 3~5년간 일정 금액을 성실히 변제하면 남은 빚을 탕감해주는 제도이며, 개인파산은 상환 능력이 없다고 법원에서 인정될 경우 채무 전액을 면책받는 제도이다.
기업과 국가 차원의 신용 문제
[편집]신용의 문제는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도 발생한다.
기업의 경우 신용불량이라는 용어 대신 부도, 워크아웃, 법정관리(현 기업회생) 등의 전문 용어를 사용한다. 기업이 약속한 날짜에 어음이나 수표를 결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부도라고 하며, 이는 기업의 신용도에 치명적인 사건이다.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절차로는 채권단(주로 은행)이 주도하는 사적 구조조정인 워크아웃과, 법원의 주도하에 모든 채권-채무를 동결시키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공적 절차인 기업회생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의 신용불량, 즉 국가가 외국에서 빌려온 빚(외채)을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는 디폴트 또는 모라토리엄이라고 칭한다. 모라토리엄은 빚을 갚을 의사는 있으나 일시적인 경제난으로 상환을 유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인 반면, 디폴트는 빚을 갚을 능력도 의사도 없다고 선언하는 사실상의 국가 파산 상태이다. (2001년 아르헨티나, 2015년 그리스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국가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국가신용등급이 최하로 추락하고 통화 가치가 폭락하며, 결국 국제 통화 기금 등의 국제기구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최근 글로벌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유학, 취업, 이민 등으로 해외에 거주하다가 현지에서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각국의 신용정보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즉, 미국이나 유럽에서 연체가 발생했다고 해서 그 정보가 자동으로 한국의 전국은행연합회에 등록되어 한국 내 신용점수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편집]해외 채무라고 해서 무시할 경우, 다음과 같은 경로로 국내 재산과 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채권 매각 및 국제 추심: 해외 금융기관이 해당 부실채권을 채권추심 전문기관이나 한국의 신용정보회사에 매각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국내 추심업체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채무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
- 외국 판결의 국내 승인 및 집행:
다만, 상기된 법적 절차들은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국제 소송 비용, 번역 및 공증 비용, 국내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수반한다. 따라서 채무액이 비교적 소액이거나 채무자의 국내 재산 파악이 어려운 경우, 해외 채권자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국내에서의 법적 절차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즉, 법적 추심 경로가 법률상 존재하기는 하나, 모든 해외 채무가 현실적으로 국내 소송이나 강제집행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해당 국가 내에서의 신용 불이익(예: 재입국 시 비자 발급 거부)으로만 남는 경우도 많다.
비자 및 출입국 문제
[편집]단순한 해외 금융 채무불이행만으로 대한민국에서의 출국금지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단, 해당 채무가 사기죄 등 형사사건과 연관된 경우는 예외이다.)
하지만, 해당 국가(채무가 발생한 국가)로의 재입국이나 비자 발급 시에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비자 발급 심사 시 신청자의 재정적 안정성을 평가하며, 해당 국가 내에서의 채무불이행 기록은 비자 발급 거부의 강력한 사유가 된다.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약칭: 신용정보법), 국가법령정보센터.
- ↑ 경기신문 (2012년 4월 29일). “[제도 폐지된지 7년째…'신용불량자' 사용 여전]”.
- ↑ 채무불이행정보(신용정보사) 등록기준 변경 안내, 비즈사이렌, 2018-06-28. (금융위원회의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개선방안'에 따른 기준 변경)
- ↑ KDI 경제정보센터. “[2002년 카드 대란”.] (1999년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2002년 카드발급 1억장 돌파)
- ↑ EBN (2020년 9월 27일). “[금융불신의 역사③ 출혈경쟁이 부른 2003년 신용카드 사태]”.
- ↑ IB토마토 (2022년 8월 18일). “[(데스크칼럼)20년 전에도 괜찮다고 했다]”.
-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08년 11월 20일). “[“문 닫을까요, 외국에 팔까요, 당신이 살 거요?”]”.
- ↑ 경기일보 (2024년 1월 28일). “[너도나도 빚졌다는데…현황 파악조차 안 된다]”.
- ↑ 신용정보법 제18조(신용정보의 보존기간 등)
- ↑ 민사집행법 제26조 (외국재판의 집행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 ↑ 민사소송법 제217조 (외국판결의 승인), 국가법령정보센터.
- ↑ 법무법인 법승 (2023년 10월 12일). “[정연재 변호사, 외국법원 확정 판결의 국내 집행 허가 요건이란?]”.